[권혁승 칼럼] 먼저 된 자, 나중 된 자 (2024)

[권혁승 칼럼] 먼저 된 자, 나중 된 자 (1)"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마 20:16)

달리기 경기에서 제일 먼저 결승점에 도착해야 승리의 면류관을 쓸 수 있다. 운동경기뿐만이 아니라 세상사 모든 것에서도 제일 앞선 사람이 늘 주목을 받는다. 그래서 일등우선주의가 생기도 했다. 일등을 강조하다보면 지나친 경쟁심이 생기게 되고, 그것은 심각한 인간관계의 와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예수께서 천국을 포도원 품꾼에 비유하시면서 마지막 결론으로 '나중 된 자가 먼저가 되고 먼저 된 자가 나중이 되리라'는 역설적 교훈을 가르쳐 주셨다. '나중'으로 번역된 헬라어 '에스카토스'는 순서나 지위에서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그에 비하여 '먼저'로 번역된 헬라어 '프로토스' 순서나 지위에서 으뜸이 된다는 뜻이다. 천국에서는 일등과 꼴찌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 포도원 품꾼 비유의 가르침이다.

본문에 소개된 나중 된 자는 포도원 주인에게 마지막으로 부름을 받은 일군이었다. 그래서 그는 겨우 한 시간 정도만 일할 수 있었다. 순서상으로 볼 때, 그는 꼴찌에 해당되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주인 되시는 하나님께서는 그를 먼저 된 일등으로 세워주셨다. 꼴찌에서 일등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에서 그런 뒤바뀜이 생겼을까?

제일 나중에 부름을 받은 일군은 일할 의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서 하루 온종일을 실업의 낙심 속에서 지냈다. 그의 불행은 그 자신으로 말미암은 것이기 보다는 충분한 일터가 없다는 전체 사회의 문제였다. 그런 총체적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누군가가 반드시 자신을 불러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끝까지 기다린 것이다. 그의 기대감대로 그는 마지막 시간에 부름을 받아 포도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늦게나마 일감을 얻은 그는 무엇보다도 일할 기회에 대하여 감사하였을 것이다. 그리고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주어진 일에 성실과 충성으로 최선을 다하였다. 비록 일한 시간은 한 시간에 불과하였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하루 종일 일한 사람보다 더 많은 일을 했을 수도 있다. 주인은 그에게도 하루 품값에 해당하는 한 데나리온을 주었지만, 그는 그렇게 많이 품값을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얼마를 받을 것인가에 초점을 두지 않고, 오르지 일과 주인과의 관계에만 집중하였음이 분명하다. 그것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된 자가 된 근거이다.

그렇다면 먼저 된 자가 나중 된 자로 뒤바뀐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부름을 받았다. 그만큼 일할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처음에는 열심히 일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열정이 식어지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지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크고 중요한 이유는 자기보다 더 늦게 부름을 받은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가 일한 시간을 따져보면 다른 사람에 비하여 지나치게 더 많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의식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런 점은 일을 다 마치고 난 뒤 그날의 품삯을 받는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 시간 밖에 일하지 않은 나중 된 자와 똑같이 자신도 한 데나리온을 받게 된 것이다. 그것 때문에 일등 했던 그 사람은 주인에게 심하게 불평을 털어놓았다.

주인이 지적한 것처럼, 그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맺은 계약대로 제대로 된 하루의 품값을 받은 것이다. 그는 전혀 손해 본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품삯에 대한 불평이 터져 나온 것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의식 때문이었다. 더 많이 일을 한 자신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심각한 문제가 숨어있다. 하나는 주인이신 하나님께 대한 불손함이다. 주인이신 하나님께서는 처음 계약대로 일당을 정당하게 처우했는데도, 그것을 부당한 것으로 몰아 부친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거부요 무시로서 매우 큰 불경죄에 해당된다. 또 다른 문제는 이웃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이다. 뒤늦게 부름을 받아 일하게 된 그 사람은 비록 일한 시간은 적을지 몰라도 그동안 일 없이 지내면서 누구보다도 심한 마음고생을 하였다. 그리고 부름을 받은 후에는 최선과 열심을 다하였다. 그는 결코 부름을 받기까지 놀고먹은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부양할 가족들이 있는 딱한 처지의 이웃이다. 그런데도 더 적은 품값으로 불평을 털어놓은 것은 이웃에 대한 배려가 그만큼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먼저 된 이 사람은 꼴찌인 나중이 되고 말았다.

먼저 된 자는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기회를 선용하여 주인께서 맡겨주신 일에 최선을 다하면 누구든지 먼저 된 자 곧 일등이 될 수 있다. 그는 주인과의 관계가 바르면서 우선순위가 분명해야 한다. 곧 다른 어느 것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마 6:33). 그런 사람은 일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감사하는 사람이고, 주인의 뜻이 무엇인지를 바르게 파악하여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는 이웃과의 비교의식에 사로잡히는 대신에 오로지 배려와 협력 속에서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되려면,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 천국에서 먼저 된 일등은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는 사람이다. 예수께서 "누구든지 어린 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마 18:4)고 하신 것도 그 때문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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